[영화] 레미제라블 vs 호빗
2012년 겨울, 한국의 충무로를 가장 뜨겁게 달군 영화 중 하나는 아마 레미제라블과 호빗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전자는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초호화 캐스팅, 후자는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후속편으로 먼저 제작된 시리즈의 과거를 다룬, 마치 90년대 말 개봉하였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떠올리게 한다. 두 편 모두 흥행이 기대되는 영화로서 연말의 must-see movie에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기 전, 작품에 대해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치를 준거로 감상평은 달라질 듯 하다.
우선, 레미제라블은 따뜻한 감동을 줄 작품으로 인식되어 내 발을 영화관으로 이끌었고, 호빗은 굳이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장엄한 스케일과 판타지 특유의 영상을 영화관에서 즐겨야한다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보게 되었다.
2시간 38분이라는 긴 런닝 타임을 보내고, 영화가 끝났을 때, 주위를, 내 옆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상평이 몹시 궁금해져 친구에게 물었다.
질문을 던진 나는 물론, 2013년 2월 9일, 레미제라블의 네이버 리뷰 통계의 아래 쪽에 속해 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게 왜 영화가 내게 시종일관 지루했는지 그 이유를 고민해봤다.
1) 책 한편 분량의 빠른 전개 속도
2) 그래서 장발장의 판틴에 대한 감정 비공감
3) 그래서 장발장의 코젯에 대한 감정 비공감
4) 상관없이 장발장의 체력 및 근력에 대한 비공감
5) 노래, 노래, 노래...
사실 판타지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4번의 이유가 영화몰입에 큰 방해를 주지는 않았다.
장발장은 원래 힘이 셌으니까.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스펙타클한 전투신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 드라마를 통해 내 감성이 자극되고, 공감대 또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그 무렵 보았던 판타지 영화 '호빗'에게 감동적인 순간이 아예 없었더라면 감동적인 레미제라블의 영화적 가치에 의구심을 갖지는 않았을 거 같다.
호빗에게서 감동을 느끼려면 아래와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
1) 나는 보이지 않는다
2) 그는 보인다
3) 그는 못 본다
4) 그가 못 본다는 걸 나는 안다
5) 내가 보고 있다는 걸 그는 모른다
골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그의 목에 칼을 겨눠 베려할 때,
빌보는 Precious를 잃은 골룸의 심정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칼을 거둔다...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섬세한 표정연기가 풍부해진 골룸 때문인지
입 다물고, 침 삼키어 작은 한숨 내 쉰 빌보의 명연기 때문인지
영화를 본 난, 시종일관 호빗의 한 순간과 레미제라블의 여러 순간을 비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