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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 (2012)

파랑새의 온라인 비행 2013. 5. 25. 23:34

 

 

 

 

토요일 오전,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룬 채 무료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트북을 켜 영화폴더를 뒤적였다. 내가 좋아하는 민희가 출연한 연애의 온도, 공감되는 영화제목이 인상적이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오늘 곰플레이어를 열어 감상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 유지태의 명대사와 언뜻 배치되게 들리는 연애의 온도, 그건 도대체 어떻게 측정될까. 

 

연애를 하며 상대방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적이 있기에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또한 같이 있어도 함께 없는 것 같은 남친의 태도에 대해 민희가 힘들어했을 그 마음 또한 충분히 공감갔다. 에버랜드를 가려고 한 날 비가 오면, 행선지를 바꿔 지붕있는 롯데월드를 가면 되지, 왜 우산쓰고 축축하게 굳이 계획했던 야외공원을 갔을까 싶었다. 그러나 의무감을 갖고 무언가를 지키려는 경직된 마음을 나 또한 가져본 적이 있기에 민기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었다. 특히 비오는 그날, 놀이공원 50% 할인쿠폰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표를 사기 아깝다는 듯, 민희에게 '어떡하지, 들어가?' 라며 눈빛 더해 묻는 장면은 정말 가관이었다. 

 

사실 난 극중 인물들 처럼 삼 년을 연애해본 적이 없어 그 권태감을 잘 모른다. 또한 해외근무가 가능한 은행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직장상사에게 막말한 적도, 폭행한 적도 없고, 그리고 대리가 되어 친한 선배와 후배가 있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공유할만한 맥락이 넓지 않았음에도 내가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감정에 공감했다면 연애에는 분명, 보편적인 온도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보지 않을 때 자연스레 측정되는 거 같다. 본인은 아니라 해도 다 티나지 않던가!

 

한편, 영화 초중반에 중간중간 등장하던 SBS '짝'의 개인 인터뷰 같던 씬들은 무거울 법한 스토리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 후반부에 그 정체를 드러낸다. 직장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더니 끝내 '그와 그녀의 인터뷰' 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나온 것이다. 물론, 그 영화의 출연으로 견우와 직녀가 만날 오작교는 준비되었다.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사귀어 잘 될 가능성은 3%,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보단 훨씬 높지만, 이건 로또 한 장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에 두렵고, 망설여진다.

 

마지막으로 유지태의 말을 정정하고 싶다.

연애든 사랑이든 온도가 있다. 그러나 짝사랑은 안 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