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곱개의 호수 (불가리아)
불가리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불가~리~스로 유명한 요구르트? 불가리아는 유산균과 더불어 장미오일, 그리고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사계절절 유럽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중, 불가리아에서 꼭 가봐야하는 곳 랭킹 1위, 안 가볼 수 없는 곳,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이라 소문난 '일곱개의 호수'를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수도 소피아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을 운전하면 릴라사원이 위치한 릴라산맥의 일곱개의 호수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땅아래부터 하이킹을 할지 리프트로 30분을 올라가 해발 2000m에서 등산을 시작할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특별히 등산을 즐길 마음이 없다면 반나절에 일곱개의 호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한다. 하루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날씨를 모두 겪을 수 있는 코스이니 털이 많지 않다면 긴팔과 긴바지 착용이 좋을듯 싶고.
약 2000m~2500m 고지의 만년설이 녹아 자리잡은 일곱개의 호수들, 한 개의 호수를 지나 30분을 걸으며 언제즘 나타날까 혹은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까 조금씩 숨이 차 의문을 품으면 그 다음 차례의 호수가 나타난다. (물론, 조금 더 빠르게 볼 수 있는 급경사의 지름길도 있다.)
첫번째, 두번째, ..... 여섯번째 호수에 이르면 비로서 감출 수 없는 탄성이 일어난다. 오코토라는 눈의 호수, 가장 높은 눈물의 호수보다도 더 아름다운, 더 파란빛을 띄는 흰눈 옆의 호수이다.
나는 97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방문인데 처음의 환상적인 푸른빛을 잊을 수 없다. 2010년에는 비가 와 빛 없는 눈의 호수를 보았고, 이번에도 비를 맞으며 빛 잃은 오코토를 보며 최정상을 향했으나 돌아 내려올 때 거짓말같이 빛이 내려 예전의 그 파란 물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빛이 비치면 만물은 새로워진다.
조금 아쉬운 것은 해마다 늘어나는 등산객으로 주변지대가 조금씩 오염이 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방문하시는 분의 얘기를 빌리자면 오코토의 특유의 빛도 해마다 약해지는 듯 보이니 불가리아인은 아니지만 이 사실에 조금 마음이 쓰렸다.
기분좋게 햇빛 비친 오코토를 보며 감탄하고, 사진찍고, 돌아돌아 주변을 둘러보며 리프트를 향했다. 소나무도 편백나무도 너무 높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못 펴 옆으로 뻗어 나갔고, 군데 군데 보이는 보라색의 라벤더도 연초록 대지에 색을 보탰다.
그리고 18시 30분의 막차를 타려 5시 반에 도착했건만, 늘어져 있는 줄은 도무지 줄어들질 않았다. 폭풍우가 쏟아지기까지.
비를 듬뿍 맞다 간신히 사륜구동의 짚차를 타고 산정상을 내려왔다. 배고프고, 춥고, 부스러진 초코파이의 마시멜로가 아쉬운 상황에 기적같은 쌍무지개가 눈앞을 비쳐왔다.
아마 이 무지개가 의미있는 까닭은 색감나게 찍힌 사진, 40분을 기다리다 못탄 리프트, 신발까지 젖게 한 폭풍우가 한차례 쏟아지고 난 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코토의 푸른빛을 못 볼뻔하다 봐서, 주말에 컴퓨터 앞 대신 일곱개의 호수를 향해 엉덩이를 움직여서, 끝으로 누군가가 같이 못간다고 해서 보고 싶던 오코토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게 이 무지개는 일곱가지의 아름다운 색깔 이상으로 내 마음에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