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1일 저녁, 구정의 마지막 휴식 시간을 즐기며 텔레비전의 명절 특집처럼 시 몇 편을 함께 소개하려 한다. 우선, 90년 중후반, 시집으로 당당히 베스트 셀러를 꿰찬 류시화님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모음집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이전 작품 '왼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그의 이후 작품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도 함께 한 공간에 나열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은 함께 있는게 귀찮아서 외눈박이를 이해못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오늘은 그 날의 입맞춤을 후회하며 전의를 다질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오늘은 자유롭게 춤추어 황홀경을 느꼈지만, 내일의 고된 현실 앞에

삼일절에 필요한 자금획득을 위해 업무박차를 다짐 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글은 그대로인데 '나'는 이전의 '나'와 다를 수 있을테니 그때 좋은게 싫어졌대도,

그때 싫은게 좋아졌대도 이상할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지금 보아 웃을 수 있는

지금 보아 미소지을 작품 하나 있다면

시는 우리에게 아직 의미가 있다.

 

이제 구정 특집으로 작은 시 한편,

끝으로 소개하고 싶다.

 

 

 

 

 

 

울보 담임  (김동진)

 

 

 

담임은 울보다

 

우리가 쪼금만 잘못해도 운다

 

다른 선생님 시간에 떠들어도 운다

 

대들다가 울면 우리만 불리해진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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