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남들은 이미 다 보고, 감동의 여운조차 희미해진 어느 날, 나는 2012년 하반기 장안의 화제작 tvN응답하라 1997’을 보았다.

 

보통 아이돌 스타가 투입되는 드라마는 연기력 논란으로 초반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연기력에 심각한 의구심을 던질 찰나, 그만 극에 몰입되어 드라마를 즐기며 엔딩을 맞이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는 기존의 평이한 답보를 쉽게 벗어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고, 심지어 슈스케 시즌 1히어로 서인국은 앞으로 노래보다 연기자의 길을 걸을 것 같은 예감을 안겨 주었다. 또한 신인 연기의 끝을, 부산 사투리의 끝을 보여주었던 정은지는 이미 몇 개의 드라마 콜을 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주목할만한 점은 작품 감상의 몰입을 저해하는 신입 연기자의 연기력 논란을 놀랍게 깨트린 그들의 연기력 때문이 아니다.

 

먼저, 제작진은 광고 및 작품 소개를 위해 시리즈 0편을 제작하여 HOT, 젝스키스에게 푹 빠진 청소년 주인공의 어이없는 팬심을 연출하여 우리의 향수, 옛 추억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남자라면 HOT 대신 SES, 핑클을 좋아했겠지만, 그래도 HOT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는가? 아니라면 듀스의 김성재, ‘진짜 사나이의 제갈 길, ‘슬램덩크의 윤대협처럼 키 크고, 멋있고 싶다는 욕망 한 줌은 가졌을 게다.

 

드라마는 분명 1996 12, HOT의 캔디를 기점으로 우리에게 홍보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이끌었던 중심축은 바로 드라마의 시점에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섞어 놓아 등장인물들의 연애전선을 추적하게 하는 전략에 있었다 생각한다. ,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과거를 안주 삼을 때, 드라마의 인물들 또한 2012년 부산 광안고 38회 동창회에 모여 2012년과 1997년 사이를 오고 가며 시청자의 풋풋한 과거 회상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초반부터 던져진 가장 중요한 질문, “오늘 이 동창회에서 한 커플이 결혼발표를 한다.” 라는 멘트를 적재적소에 날려 끊임없이 시청자의 궁금증과 추리력을 자극하며 그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매회 붙은 제목들은 어찌 그리 적절한가!

 

 

열여덟

점점 달라지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페어 플레이

삶의 역습

사랑, 안하던 짓도 하게 만든다

장래희망

D데이

인연의 실

당신이 좋은 이유

관계의 정의

손의 의미

다음에아니 지금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나도 나름 16부작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네 장면을 뽑아 이름을 붙여 보았다.

당신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는가?

 

 

 

 

 

      # 이건 뭐지

           수능 후, D데이를 위해 준비한 윤제가 윤제의 손을 떠났다 시원이의 손에 이끌려 윤제2의 모습으로

시 나타났다. 사랑은 아주 작은 은유로도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멈춰지지 않을 수도 있다.

 

 

      # 새로운 시작

            긴급전화를 받자 급히 달려온 그가, 늦게와 미안하단다. 숨을 헐떡이며 얼굴엔 땀이 쏟아지고,

오른쪽엔  왼쪽 발의 슬리퍼가 없다.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미안하고, 고맙기도 해 그의 팔을

잡아보지만, 이내 뿌리치는 윤제, 이때 시원이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사랑과 우정사이에 다리가 하나

있다면 지금, 그쪽으로 땅을 보며 걷는 시원이가 연상된다.

 

 

 

        # 우연 속 운명

            6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일까? 동창회는 회피, 어버이날은 하루 먼저 내려가고, 추석과 설날엔

            장염이네 눈병이네 지난 6년간 생쑈를 해도 소용없다. 마추지지 않으려던 그간의 노력은 운명이란

            이름앞에 모래성 처럼 무너졌다. 진부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운명이란 이름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응답하라 1997이 연애 드라마가 아닌 형제 우애물이었다면 당연, 최고의 장면으로 뽑힐만한 순간이다.

 옛말은 아직 드라마에서도 살아있다. 형만한 동생은 없을 뿐더러, 상황을 비틀어 버리는 센스 또한

   돋보인다. 역시 아이러브 스쿨, 도토리 창시자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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