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을 때 생각 안나는 계좌번호 

이제 휴대폰 번호로 바꾸자"



2016년에 작성된 '우리은행 계좌 휴대폰 전화번호로 만들기'에 대한 포스팅을 보고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방문해주셨다. 그리고 2018년, 몇일 전에 만난 소개팅녀가 예전의 나처럼 여전히 기업은행만 휴대폰번호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줄 알아서 우리은행 휴대폰번호 계좌 만들기에 대해 다시 한번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했다. 먼저, 이 서비스는 정확히 말해 자신의 휴대폰 번호로 새로운 은행계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내 은행계좌를 내 휴대폰 번호와 연결시켜 입금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ex. 돈 빌린 친구 송금 -> 빌려준 난 수금 (이 경우처럼 친구는 내 진짜 계좌번호 대신 내 전화번호를 찍어 송금할 수 있다!)  


2016년의 서비스와 비교하여 가장 궁금한 점은 3가지이다.

1. 그때처럼 우리은행은 아직도 휴대폰번호 계좌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2. 그렇다면 예전처럼 웹사이트에서 휴대폰번호를 연결시킬 수 있을까? 

3. 여전히 휴대폰번호 계좌연결 '설정 폐이지'를 찾기는 어려운걸까?


보통 은행사이트는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어 한번에 원하는 곳을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간단히 찾을 수 있게 스크릿샷과 함께 지금부터 확인해보겠다.


2016년 가을에는 우리은행 웹사이트에 유재석님이 계셨다.


짜잔~ 2017년 7월은 아래와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잡한 인터페이스 속을 헤치고 다닐텐데 간단히 '휴대폰계좌번호 만들기' 순서를 적어보겠다.


0. 우리은행 사이트 접속

1. '휴대폰계좌번호서비스' 찾기

2. 로그인

3. 은행계좌와 휴대폰번호 연결등록

4. 공인인증

5. 연결상태 확인



1. '휴대폰계좌번호서비스' 찾기

형광펜으로 칠해진 곳을 참고하여 '클릭' 하면 해당 창으로 이동한다.




2. 로그인



3. 은행계좌와 휴대폰번호 연결등록

이곳에서는 내 계좌번호를 선택하고, 비밀번호, 휴대폰인증번호 등을 입력한 후, '등록' 버튼을 누르면 된다.




4. 공인인증

이제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을 거치면 내 계좌번호와 내 휴대폰번호가 연결되어,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때, 내 휴대폰 번호를 계좌번호처럼 알려주면 된다!!


계좌연결 처리결과를 보니 문제없이 되었다!



5. 연결상태 확인

언제든지 연결이 잘 되었는지 상태확인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휴대폰 번호 변경'과 연결 '해지'를 하는 곳이다.


이렇게 2018년 7월 우리은행의 계좌를 내 휴대번호와 연결시키는 서비스를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2016년과 99%이상 바뀐 게 없었고, 바뀐게 있다면 메인 페이지에서 유재석님이 보이지 않는 정도이다. ㅎㅎ

입금하려는 상대방에게 내 계좌번호를 쉽게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4~5년전 대학동창들과 회식을 한 후, 밥값을 나눠내기 위해 모두가 각자의 지갑을 손에 쥔채 카운터 앞을 서성거릴 때, 갑자기 기업은행에 재직중인 어느 한  친구가 자기가 먼저 결제할테니 나중에 계좌로 쏴달라고 한적이 있다. 좁은 카운터앞에 선 큰 덩치들은 통로를 길막하는데 민망했는지 서둘러 가게를 나가 친구에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 했고, 친구는 기업은행의 자기 계좌번호가 자기 전화번호라며 그쪽으로 송금하면 된다 하였는데 그같은 계좌번호를 처음 접한 필자는 당시 놀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창피하지만 2016년 얼마 전까지도 그같은 전화번호계좌는 기업은행의 전유물인줄 알았는데 우리은행의 서비스를 살펴보다 우연히 유사한 기능을 발견하여 포스팅한다. 우선, 우리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현재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계좌 중 하나에 사용자의 전화번호를 연결시켜 입금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 돈 빌린 친구 송금 -> 빌려준 난 수금 (이 경우처럼 친구는 내 진짜 계좌번호 대신 내 전화번호를 찍어 송금할 수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다른번호로 바뀔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때마다 매번 전화번호로 이루어진 계좌번호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우리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 추측한다.


자 그럼,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정확히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내 계좌번호에 연결시켜 수금시 내 계좌번호를 타인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친구 또한 송금시 나에게 쉽게 돈을 보낼 수 있게 하는지 살펴보자.





유재석이 보이는 최초화면에서 개인>뱅킹관리로 진입한다.




뱅킹관리에서 하단의 휴대폰계좌번호서비스를 클릭한다.




그 후 계좌연결등록에서 내 계좌번호와 내 전화번호를 연결시키는 요건을 수행하면 된다.





등록이 완료되면 계좌연결현황에 관련 설정사항이 반영되고, 우측 '휴대폰번호 변경' 또는 해지 버튼을 눌러 수정조치가 가능하다. 잠시, 웹사이트 전체에서 등록결과가 위치한 곳을 살펴보면 개인>예금/신탁>예금계좌관리>휴대폰계좌번호서비스>휴대폰번호서비스  인데 처음부터 이 경로를 통해 들어와 계좌연결등록을 실행해도 된다. 그러나 역시 개인>뱅킹관리>휴대폰계좌번호서비스로 들어오는 것이 훨씬 간단해 보인다.




끝으로 전화번호 대신 다른 희망번호가 있다면 그 번호를 계좌에 연결시킬수도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어렵고, 영업점을 방문하여 신청 및 해지해야 한다.










요즘 은행 웹사이트의 UI/UX 를 공부 중인데 보면 볼수록 사용자들에게 여러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기능이 있음에 놀랍니다. 평상시 온라인 뱅킹을 하며 필자가 얼마나 보는 곳만 보고, 가는 곳만 가고, 누르는 곳만 눌러 계좌조회, 계좌이체를 해왔는지 새삼 느끼는데요, 그래서 UI/UX 공부 중에 발견한 은행계좌 관리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공유하려 합니다.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겠지만. 


그 기능은 바로 '계좌별명관리' 로 하나의 은행에 여러 계좌를 동시적으로 사용할 때, 계좌에 별명을 붙여 용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사용할만한 기능입니다. 필자는 우리은행의 16년 고객으로서 3개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계좌별명을 아래와 같은 순서로 만들어보았습니다.


1. 우리은행 사이트 접속

2. 개인뱅킹 로그인

3. 뱅킹관리>뱅킹계좌관리>계좌별명달기

4. 계좌별명달기 창에서 '등록' 버튼 클릭 후, 등록창 이동

5. 등록 후, 뱅킹관리>계좌별명달기-(예금)계좌목록 테이블 확인

6. 조회>계좌조회>전계좌조회에서도 적용된 계좌별명확인 가능

7. 이체>자금이체>즉시이체/예약이체에서도 적용된 계좌별명확인 가능


계좌별명을 다는 순서를 이렇게 글로 서술하니 참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관련 사진을 캡쳐해서 붙여보겠습니다. 3분도 안 걸리니 꼭 따라해보시길. 정해진 루틴에서 벗어나 좀 더 편안한 온라인뱅킹 사용을 위해!





로그인 후, 상단의 메뉴바에서 뱅킹관리>뱅킹계좌관리>계좌별명달기를 클릭해보세요.





하단처럼 계좌별명달기 창으로 이동하는데 우측하단에서 

별명을 달고 싶은 계좌에 해당하는 등록 버튼을 누르시면 등록창으로 이동합니다.





라디오버튼 직접입력이 클릭되었군요~ 

저는 해당 계좌에 '이곳에 입력하세용' 이란 별명을 달았습니다~!




위에서 확인을 누르시면 아까와는 다르게 예금계좌목록의 '계좌별명' 컬럼 안에 

작성하신 별명이 입력되어졌고, 우측하단에는 등록 버튼 대신, 수정과 삭제버튼이 보입니다~!

자, 이제 별명 등록이 다 끝났습니다!! 너무 쉽죠~?!! ^^




참, 별명을 다신 후에 조회>계좌조회>전계좌조회 창으로 가시면 그곳에서도 방금 만드신 계좌별 별명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화면은 저를 포함한 우리은행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접할 것 같은 화면인데요, 사실은 바로 이곳, 이 화면 우측 하단에서도 '계좌관리' 클릭, 노출된 레이어의 '내계좌별명달기' 를 누르셔서 '계좌별명달기 창' 으로 바로 이동 가능합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 링크를 통해 좀 더 편하게 별명을 수정하시거나 등록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우측하단의 이 버튼은 눈에 잘 띄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은행사이트는 워낙 노출되는 text가 많어 사용자들이 기존에 사용해본 기능들을 제외한 나머지 컨텐츠에 대해서는 그 친숙성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는데요, 알고보면 이렇게 가까운 곳을 통해서도 각 계좌에 대한 별명설정이 가능합니다~!!




이체>자금이체>즉시이체/예약이체 화면에서도 별명이 반영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계좌별명달기' 화면에 진입 시, 나타나야할 data는 개인이 보유한 계좌목록입니다. 왜냐하면 계좌별명을 사용자가 보유한 계좌와 1:1로 대응하여 만들어야 효용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계좌별명이란 '계좌'에 대한 설명내지는 계좌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UX 관점에서 고려해야할 부분은 처음에 보여질 계좌를 어떤 순으로 배치할 것이냐 입니다. 물론 개인 고객의 경우, 10개 이상의 계좌를 가지고 있어 복잡한 화면을 겪게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보통 많아야 5개 정도일듯 싶은데) 화면에 보여질 때, 계좌들이 어떤 순으로 배치되어야 고객의 시선을 가장 편하게 이끌어줄지는 한번 고민해볼 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1. banking의 본질
- 저금: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으며 그 대가로 이자를 고객에게 지불한다. (고객의 신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정치적 중립국인 스위스 은행은 정반대로 운영함)
- 대출: 은행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며 그 대가로 이자를 고객으로부터 받는다.

즉, 은행의 주수입은 '대출이자 - 저금이자= 은행수익' 이다.


2. 정보기술의 발달과 은행업의 변화

1900~1950년대: banking을 하려면 고객이 은행으로 또는 은행이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야 했다. (상담, 일처리, 최종서명을 할 때)
1900~2010년대: 전화기가 개발되어 상담, 일처리를 전화로 하는게 가능해졌다. (최종서명을 위해선 여전히 방문이 필요했고)
2010년 이후: 이제 상담, 일처리, 최종서명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진행 및 처리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개인간, 회사간 돈을 주고받는 행태가 좀 바뀐 것 같다. 옛날에는 현금거래가 많았다면 이제는 현금거래가 현저히 줄고, 인터넷, 모바일 이체처리로 개인간, 회사간 transaction이 많아진듯 보인다. 또한 이체처리에서 비롯되는 수수료도 은행의 신규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것 같고, 전체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더 상승될 것 같다. (Q. 총 수익중 이체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또한 직장인들도 월급을 받을 때, 현금으로 받어 은행에 저금하는 수순이 아니라 월급이 곧바로 은행 계좌로 입금이 된다. 은행입장에서는 고객의 돈을 맡아주는 '저금' 유치 영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형국이다.


3. 글로벌 기업과 글로벌 은행의 등장으로 사업확장

하나의 국가 안에서만 활동하던 기업이 생산기지, 판매법인, 운영법인 등을 해외에도 설립하여 기업활동의 폭이 전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banking의 영역도 자연히 확장되었다. (예. 한국의 삼성전자가 영국의 삼성전자에게 기업은행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여 돈을 송금)


4. 무역거래에서 은행의 새로운 role

- 한편 무역거래에서 거래당사자간의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았을 시, 대금지급의 연결자로서 은행의 role이 확장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최고야' 제조회사가 에콰도르의 '나믿지' 수입자에게 '타이어'를 수출하려고 하는데 수출자 입장에서는 '나믿지' 수입업자가 제 때 대금결제를 해줄지 걱정이 되고, 수입자 입장에서는 '최고야' 제조회사의 '타이어'를 제대로 인도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된다. 이 때, 따단~ '은행'이란 존재가 등장하는데 수입자 '나믿지'는 그의 거래은행에게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신용장을 만들고, 신용장은 수출지로 전달된다. 이후, 신용장의 조건을 만족하는 선적 서류 등을 수출자 '최고야'가 수출지 은행에게 제출하여 심사-통과되면 대금을 지급받고, 수출지 은행은 '나믿지'의 거래은행에게 다시 대금지급을 요청하고, 수입자 거래은행은 대금을 지급하는 대신 운송중인 물품을 선사로부터 인도받을 수 있는 선하증권을 (=Bill of Lading) 수출지 은행으로부터 건네받는다. 이후, 수입자 '나믿지'는 수입대금을 은행에 지급하며 선하증권을 수령하고, 이것을 다시 선사측에 제출하여 관련 물품을 인도 받음으로 무역거래에서의 '대금지급' 과정은 이렇게 은행의 유의미한 역할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귀결된다. 


여기서의 포인뜨는 이같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무역거래에서 은행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는 것이고, 그 역할은 수입자의 거래은행으로서 수입자의 신용을 담보로 '신용장'을 개설해주고, 또한 수출지에서는 신용장의 요건을 잘 검토하여 수출자가 요건을 갖추었을 때, 무역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지급은행으로서 무역거래가 원활히 성사되도록 기여한다는 점이다.


[용어]

- 고시회차 - 환율의 변동이 1일 안에 변동된 환율을 매차례 새로 공시해야하는 경우 고시회차가 1회 더해져 환율변동에 대한 상황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 링크] 신용장 (letter of credit) - 은행이 거래처의 요청으로 신용을 보증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증서




 

 

 

 

0. 9월 15일 추석, 충무로를 뜨겁게 달군 '밀정'을 보았다. 이번 포스팅은 밀정과 관련된, 그로부터 꼬리물린 생각들과 사실들에 관해 쓰여질 것이다.

 

1. 밀정을 보는내내 '누가 스토리에 반전을 주는 밀정일까?' 계속 질문을 하며 보여지는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숨어있는 밀정만을 찾으려 애썼다.ㅋㅋ  알고보니 송강호가 독립군 편에 선 밀정이었다 알고보니 공유가 일본군 편에 선 밀정이었다 라는 극단적인 반전을 계속 공상하였지만 영화제목을 일차원적으로 반영한 반전 따윈 존재하지 않어 참 다행이었고, 송강호씨가 열연한 이정출이란 인물이 애국심 넘치는 영웅도 아닌, 명예와 야망 넘치는 친일파도 아닌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자신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그도 본인이 역사에 어떤 인물로 쓰여질지 고민하고 의열단을 도우려는 결단을 내릴 때, 기차안에서 위급한 상황에 몰린 공유를 모르척하지 못하고 투덜대며 계속 도와주는 모습을 보일 때는 이정출이란 인물은 일반적인 관객들과 큰 괴리감을 주는 영웅이나 악당이 아니라 어렵게 정규직 채용에 성공한 나이 많은 이웃집 아저씨가 회사의 지도층이 싫어할 노조 가입을 주변 동료의 채근으로 갈등하는 그런 평범한 인물 정도로 다가왔다. 또한 송강호씨가 연기했기에 이정출은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고, 쟤도 될 수 있는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3.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박희순씨와 중후반까지 등장하는 이병헌씨는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이 상당했고, 특히 이병헌씨는 특별출연이라는 타이틀이 정말 어색할 정도로 스토리에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의 복잡한 사생활로 한 인간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되어도 탁월한 연기력이 언제나 그런 부분을 상쇄시킨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번 연기에서도 그의 연기는 정말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 냈다.

 

4.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결정할 때가 옵니다. 이동지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어떻게 올리겠습니까?"

 

5.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를 디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 가야 합니다." 이같은 대사와 나레이션을 누가 대신할 수 있었을까?

 

6. 한편, '밀정'을 보았다면 하시모토 역을 열연한 엄태구씨를 언급 안 할 수 없다. 필자는 엄태구씨를 어디서 봤는지 낯이 있었는데 기억을 못하였다. 그러다 좋아하는 김고은씨와 김혜수씨의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영이(김고은)를 말없이 지키며, 일영이를 죽이려던 홍주를 끝내 막았던 그 분이다. 영화를 보신 분은 대충 누군지 짐작가시는 분이 있을거 같고, 아직 안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기를. 응답하라 1988의 고경표, 박보검씨도 등장하니. 그나저나 하시모토는 헤어 가름마, 콧수염, 적절하게 각진 얼굴형, 날카로운 하이톤 목소리 등이 매국노 일본인 순사 이미지와 어울리게 잘 그려졌고, 영화계에 다시한번 배우 엄태구를 알린 배역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경성에서 김우진(공유)을 놓친 부하를 벽앞에 세워 놓고 소름끼치게 절규하며 따귀를 때리는 씬은 친일파의 얍삽함을 최고조로 보여준 연출이었다 생각한다. 마치 "친일파 새낀 사람을 때릴때도 어쩌면 저렇게 얍삽하게 소리지르며 얍삽하게 따귀를 때릴 수가 있지?" 라는 혼잣말이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7. 끝으로 필자는 영화 엔딩이 이정출이 건네준 큰 돈을 들고 조선총독부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청년 모습이 '계속되는 변절'로 그려졌다고 여겼었다. 왜냐하면 영상과 동시에 들리는 이병헌의 나레이션을 듣고 (5번 참고) 청년이 커다란 돈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굴복한 상황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잠시 후, 폭발 소리가 이어져 청년 의열단원이 총독부를 폭파한 엔딩이 맞다! 라고 엔딩값이 fix된 것 같은데 (필자는 상영관을 먼저 나와 못들었지만 ㅠㅜ) 이같은 엔딩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결말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 청년이 이정출에게 정채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거사를 앞둔 자처럼 결연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물건을 건네 받으러 온, 충심 넘치는 비서정도로 보였다.

 

- 송강호에게 큰 돈을 전달받고 헤어진 청년이 정채산에게 갔다가 다시 총독부로 폭탄을 가지고 가는 그림이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보다 곧바로 총독부를 향했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런 전개라 생각한다.

 

- 그런데 곧바로 총독부를 향한 이 청년이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설치한 후 살아나오고, 조선총독부는 그후 폭발한다는 설정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 조선총독부를 폭발시키며 같이 동귀어진 하는 상황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정말 폭탄을 설치하러 갔다면 잡힐 경우를 대비해 송강호에게 받은 큰 돈을 어떻게든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총독부를 향했다는 그림이 더 적절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 암시되지 않는다.)

 

- 다시 처음에 명시한 내용으로 돌아가 송강호 앞의 청년은 이제 곧 거사를 치룰,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만 동시에 죽음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자처럼 보이지 않았고, 또한 총독부 폭발임무를 수행하기 전, 이정출에게 돈을 전달받으러 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큰 돈을 들고 가다 변절하여 조선총독부에 들어가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병헌의 나레이션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 그렇다면 필자는 듣지 못하였지만 영화 끝에 들린다는 폭발음은 무엇인가?? 감독이 연출한 결말이 "수많은 애국지사의 실패를 디딛은 결과, 일본의 핵심 건물인 조선총독부는 결국 폭파 되었다!" 라면 나에게 '밀정'의 결말은 조금은 받아들이기 어색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8. 한편, 정장을 입은 공유의 기럭지와 옷맵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빛을 발했다.

 

9. 그렇게 '밀정'을 압구정 CGV에서 본 후, 집에 돌아와서 TV를 켜니 '용의자'가 방송되었고 가족들과 용의자를 본 후, 공유의 영화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용의자'를 기점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액션신과 특수부대원으로서의 진중한 연기를 보면 도무지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의 찌질한 일진, '커피프린스'의 금수저를 연기한 사람과 동일 인물임이 잘 믿겨지지 않았다.

 

10.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영화감상을 이어가기로 합의를 봤다. 영화는 부산행으로 결정하였고, 필자는 부산행을 두 번째 감상하며, 공유가 출연한 영화를 하루 3편 연달아 감상하며 부산행에서 펀드매니저로 연기한 공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공유는 올해 블럭버스터급으로 홍보된 영화 두 편의 주인공이다!)

 

11. 부산행에서 공유와 마동석 일당들에게 문을 안 열어주며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좀비보다 더 나빠 보이는 인간을 연기한 김의성씨는 '용의자'에서도 화학무기를 팔아먹으려 했던 조성하씨의 상관역으로 출연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남을 계속해서 죽이며 혹은 남의 목숨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목숨만을 지키려한 김의성씨의 연기를 보며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비슷한 씬에서 보인 소희의 눈물, 고함연기의 어색함을 그의 숙련된 연기가 잘 보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12. 17일에는 TV에서 방영한 '암살' 을 시청하였고, 암살을 두 번째 감상하며 이정재씨가 연기한 염석진이란 인물이 일본군의 밀정이었다는 영화 속 대사를 듣고, 밀정이란 단어가 '암살'에서도 여러차례 등장했다는 것을 '밀정'을 본 후, '암살'을 보며 깨달았다. 참, 김의성씨는 '암살'에서도 강인국(이경영) 집, 집사역을 연기하였다. 안옥윤의 쌍둥이 언니가 죽은 후, 안옥윤이 언니행세를 하며 집에 들어와 집사를 죽이기 전까지.

 

13. '밀정'을 보고 '암살'을 다시 보니 유사한 점이 보였다. 암살에선 김원봉(조승우)이 의열단 리더로 등장하고 밀정에선 정채산(이병헌)이 등장하는데 내부자들을 보고 느꼈던 것 처럼, 두 배우가 동일 선상에 나란히 놓일 때, 나는 이병헌의 연기에 좀 더 나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묵직한 마스크와 목소리에 조승우가 상대적으로 더 여리여리하게 느껴져서 묻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타짜'의 고니역에 이병헌이 연기하는 건 상상히 잘 안되고, '올인'의 김인하역을 조승우가 맡어 송혜교와 키스신을 하는 장면도 잘 상상 안된다. 둘다 연기를 워낙 잘했기에 그 밖의 그림이 잘 안그려지는 것 같은데 암살의 김원봉을 이병헌이 연기하여 조진웅, 전지현과 거사 전 사진을 찍는 장면도 상상하기 어렵고, 조승우가 정채산 역을 맡어 송강호에게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어떻게 올릴 것이냐고 묻는 장면도 상상이 잘 안된다. 그만큼 훌륭한 두 배우 모두 주변인물과 잘 조화될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특별출연하신 것 같다.

 




14. 마지막으로 '암살'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배신자 염석진을 처단하기 전, 왜 배신했었냐는 물음 앞에 염석진은 대답한다. "몰랐으니깐... 해방될지 몰랐으니깐.." '밀정'의 김우진(공유) 친구 조회령(신성록)도 해방이 이루어지리라 믿지 못해 일본의 밀정이 되버렸다. 그렇다면 염석진(이정재)과 조회령(신성록)은 배신자 유전자를 가져 배신자가 되었고, 나머지 인물은 독립군의 유전자를 가져 끝까지 독립군으로 남게 된걸까? 무엇이 그들이 역사에 이름을 올릴 때 그 위치를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바꾸어 버린걸까?

 

15. 참, 16일 저녁에는 덕혜옹주도 보았고, 17일 암살을 보기전에는 인천상륙작전도 보았다. 이번 추석 시청한 영화를 모두 나열하면 밀정, 용의자, 부산행, 덕혜옹주, 월드워Z, 인천상륙작전, 암살 이다. 덕혜옹주는 음, 중간에 보다 졸아서 코멘트를 최소화하겠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에 대한 최악의 평을 자주 들어 볼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는데 사촌형이 직접 관람 후, 괜찮다는 얘기를 해줘서 보게 되었다.

 

16.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초반부터 끝판왕 아빠 리암니슨이 출연하고, 끝판왕 악당 박성웅이 출연하자마자 급사하여 스피드있는 화면 전환으로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리암니슨의 회상씬에서 보여진 인천상륙작전을 그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숨은 취지를 동료들에게 설파하기전까지. 죽을 수도 있는 전선을 상관의 명령이 없어 계속 지키고 있다는 16세 한국 군인의 태도와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그의 의지에 감동하여 인천상륙 작전을 강행하려 한다는 ㅋㅋ. 아 진짜, 이부분은 다시봐도 정말로 웃기는 부분이다 ㅋㅋ 왜 다른 상륙지가 아닌 상륙에 열악한 조건을 가진 인천을 상륙지로 선택하려하냐는 질문이 나온 씬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으로 위 회상씬이 등장하니 정말 한숨이 나오고, 화가나다 화가 안나는 어이가 없는 장면이었다. ㅋㅋ 아, 왜 하필 인천이냐? 왜 하필.. 인천을 상륙지로 정하냐? 란 질문이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알려야할 중요한 질문이라면 그에 대한 대답이 저것 밖에 없었을까? 정말 림계진의 말처럼 맥아더는 차기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영웅이 될 시나리오가 필요했고, 영화에서는 그걸 액면 그대로 말하기가 곤란해서 차선으로 넣은 씬인가? 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인천상륙작전의 근거를 저런 감성팔이로 확보하려는 시도가 영화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트리는 장면이라 생각하여 참 열받고도 아쉽다는 생각이 연거푸 들었다. 한편, 이정재와 이범수의 연기는 탁월했고, 이범수는 악당대장역을 또 한차례 훌륭히 소화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정우성만큼 빛난 신의 한수, 주인공 윤계상보다 빛난 드라마 라스트에 이어. 풍채는 작지만 박성웅과는 또 다른 악당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하는 광기어린 눈빛과 독한 발성 연기가 탁월한 연기자라 생각한다.

 



# 흥미넘치던 인천상륙작전의 몰입감을 떨어트린 최악의 순간. 정말 노답이다 ㅋㅋ



17. 한편, 영화초반 림계진(이범수)이 장학수 (이정재)의 신분을 의심하며 목의 상처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려 할 때, 그 부분까지 보완하여 림계진을 속힌 이정재의 모습이 암살, 밀정을 통틀어 가장 스파이다운 스파이, 밀정다운 밀정의 태도를 갖췄다고 박수 쳐주고 싶었다.

 

 

18. 결론적으로 9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수 558만명을 기록중인 '밀정'은 한국 영화계에 암살에 이어 굵직한 족적을 남길 것 같은 한국 일제 점령기의 스토리를 다룬 영화다. 그러나 내게는 기대보다 조금은 아쉬운 영화였고, '인천상륙작전'은 기대보다 조금은 재밌었던 영화였다.

 

19. '밀정' 의 영어 제목은 'The Age of Shadows' 이다.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사전을 열어 Shadows의 뜻이 그림자인지 어둠인지 알아보았다. '그림자' 라는 뜻은 가산명사로 쓰일 수 있고, '어둠'이라는 뜻일 때도 가산명사가 쓰일 수 있는 것 같다. 다시말해 '그림자의 시대' 또는 '어둠의 시대'가 모두 영어 제목을 번역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후자일 경우, 필자가 원하던 엔딩은 더 적절한 형태가 될거라 생각한다. ㅋㅋ 아무튼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던 간에 영어 제목의 의미가 '밀정'이라는 제목보다는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제목이 '밀정'이 되어 버리면 계속 밀정이 누구일까? 라는 생각에 지배되어 스토리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한국어 제목을 '밀정'외에 다른 것으로 정한다면 (문자 그대로 'The Age of Shadows' 라고 영제를 쓰기는 곤란하니까.. 그런 사례가 있었던가..??) 무엇이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직역하여 '어둠의 시대' 라는 제목은 너무 진부하고.

 

20. 최근 빅히트한 한국영화를 살펴보면 그 소재가 모두 한국의 근대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펙타클한 1900년대 전후부터 6.25 까지의 사건들은 세계 열강의 이권다툼에서 야기되고, 해소되는 사건들이 많았기에 국제적으로도 이목을 끌만한 영화소재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5년의 '암살', 2016년의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밀정'이 그랬듯이. 사실 좀 더 오래전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포화속으로' 등등의 영화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필자가 보고 싶은 영화 소재는 한국 근대사의 특수한 상황속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건명'이 아니라 '인물'이다. 특히, 한 인물의 영웅적 면모가 아닌 인간적 면모가 보고 싶다. 예를 들어 영웅 안중근의 모습보다 무엇이 우리가 흔히 아는 영웅 안중근을 만들었을까? 안중근이 약지를 자르고 용맹하게 일본군에게 저항하는 모습 이면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들이 없었을까? 실제로 안중근의 아들의 삶은 부친의 삶과는 정반대로 친일파였다고 하는데 어렸을 적, 일본군으로부터 일본에 저항하던 '안중근'의 아들로서 안준생 본인이 받은 핍박과 상처는 도대체 누가 보상해줄 수 있었던 것일까? 보상해줄 수 없었다면 그 모든 아픔 가운데 행해졌던 그의 모든 선택들에 대해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필자는 이제 보고 싶다. 새로운 인물과 인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끝으로 새로운 인물 한명만 추천하고 싶다. EBS 역사채널에도 소개된 인물로 우당 이회영과 그의 일가이다. 1910년 독립운동을 위해 한반도를 떠난 인물로 사실 그의 집안 자체가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가였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보장된 신분과 몇 대에 걸쳐 풍족하게 쓸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나라의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간 우당 이회영과 그의 일가의 생애를 영화로 꼭, 보고 싶다. '암살'의 속사포가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라고 소개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그 독립군 양성학교를 설립한 인물이 바로 우당 이회영이다. 그의 삶을 돌아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인물이었다. 사실, 그 시절 그는 그 누구보다도 기득권 세력에 속한 인물이었고,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땐,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나라를 위해 모든 걸 쏟았던 인물이다. 그의 삶을 통해 보수적 계층에 속했던 인물이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해 헌신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발견하고, 한국근대사에서 이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와 긍지를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나쁜 것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진보적 태도' 보다 '좋은 것을 지켜나가도록 애쓰는 보수적 태도' 가 고착되는 필자에게도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후대에 보인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논쟁은 기득권 층에서 솔선수범한 그의 결정과 실제적 행동 앞에서 어떠한 부정적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토요일, 뒤늦게 검은사제들을 보았다. 국산영화로서는 다소 생소한 '엑소시즘'이란 소재를 택한 영화였는데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게 스토리가 이어졌다. 우선, 인간이 악마에 씌인다는 소재의 스토리 흐름은 보통 다음과 같다.


1. 한 인간 안에 악마가 들어감 (악마 등장)

2. 그 인간의 괴이한, 초월적인 육체적, 정신적 변화

3. 주변 인물의 죽음

4. 죽음.. 죽음.. 죽음..

5. 퇴마사 또는 주인공의 악마퇴치 사명

6. 퇴마사의 죽음 또는 악마의 죽음 (아니면 악마의 목표 좌절)


엑소시스트, 오멘, 콘스탄틴, 엔드 오브 데이즈 등의 악마 등장 영화들은 대부분 서양영화들이다. 그래서 그 배경이 대부분 기독교이다. 이를테면 기독교 성경에 쓰인 구절들을 모티브로 스토리가 진행되거나 적어도 그 안에 등장한 선과 악의 대립각이 영화에서 유사하게 보여진다. (기독교에서 짐승을 (=악마) 상징하는 숫자 666, 신의 침묵 중 악마와 천사의 대결, 악마를 쫓아내는 능력자들의 능력기반이 기독교 성경구절, 그리고 이도저도 안되면 예수의 삶 처럼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악마를 이세상에서 또는 그 인간으로부터 물리치는 것 정도가 위 영화들의 소재와 퇴마방법이다.)

 

특별히 위 영화들을 기독교적 영화다 아니다라고 구분할 생각은 없다. 기독교적 영화란 기독교의 핵심메세지가 영화를 통해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영화의 배경 또는 소재가 기독교적 색깔을 안 띄어도 충분히 그 메세지를 녹인 영화도 많다고 생각하고, 아무리 기독교적 내용이 겉에서 가득 보여도 기독교적 영화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강동원은 왜 도망갔고, 다시 돌아왔을까?" 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강동원의 양 발을 내려다 보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강동원의 트라우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강동원의 오른쪽 발에만 신발이 없는 이유는 사나운 개에 물려 손을 뻗어 오빠의 발을 붙잡는 여동생의 살려 달라는 외침을 뿌리쳤기 때문인데 이 죄의식이 영화 속 강동원을 지배하고 있고, 이 트라우마의 발견, 영향, 극복이 영화의 스토리를 지배한다.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맥주도 몰래 마시고, 신학교 강의시간에 만화도 보고, 교수님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강동원의 밝은 캐릭터는 영화 중반, 짖고 있는 개를 보며 과거를 회상할 때, 꿈에서 기숙사 자기 방에 뛰어든 개를 죽일 때, 그 죽은개가 자기 동생으로 보일 때 점차 두려움과 불안감에 찬 내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엑소시즘이 행해지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강동원은 악마가 깃든 육체를 죽이려하던 김윤석의 목을 조르며 엑소시즘을 방해하고,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한다. 아마도 악마를 쫓아내려 그 육체를 죽이려 목을 조르고 있던 김윤석이 '소녀'를 죽이고 있는 '개'로 인식되어 두 눈을 부릅뜨며 갑자기 같은 편인 김윤석의 목을 졸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 악마 또한 그의 두려움과 죄의식을 이용하여 엑소시즘의 공간에서 강동원이 다시 도망쳐 물러나게 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서워서 뒤를 보며 앞을 향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강동원이 점차 멈추며 걷자 저편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는 남자아이와 손잡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인다. 남자아이를 보니 오른쪽 신발이 없는 것이 예전의 자신과 같고, 그 옆 여자아이는 자세히 보니 자신의 여동생이다. 그러며 자신의 두 발을 내려다 보니 이번엔 왼쪽 신발 마저 벗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여자 아이를 보니 이번에는 눈물을 글썽이던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미소짓기 시작한다. 개에 물린 여동생의 손길을 뿌리쳐 혼자만 살려고 했던 자신을 여동생이 미워하고 저주할 줄 알았는데... 지금,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마치 괜찮다는 듯 미소로 대답하고 있는 동생을 본 후, 강동원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고, 자신이 또다시 도망쳤던 그곳으로 되돌아간다. 돌아간 그는 김윤석에게 자신은 빚이 있어 돌아왔다 하고, 그에게 김윤석은 짐승은 자기보다 작은 상대에게만 덤빈다며 예전의 동생 일이 강동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이후,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고, 결의에 찬 강동원은 악마를 쫓아내는 찬양인듯한 아름다운 노래로 김윤석을 거든다. 끝으로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서 악마가 되어선 안되나보다. 영화초반 한국 출장 온 외국인 사제분들이 뺑소니를 치지 말고, 여주인공을 살리려 했으면 어땠을까. 악마퇴치만큼 중요한 것이 한 사람의 삶 아니던가? 또한 악마는 언제나 인간의 두려움을 파고들기에 두려운 존재일 수 있겠지만 기독교 세계관에서 악마의 반대말은 천사라는 점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2014년 여름, 충무로에는 여러 기대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여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군도, 해적, 명량, 해무 그러고 보니 모두 두 음절로 이루어진 이 국산 영화들 중, 먼저 출발한 군도를 감상한 친구들은 하정우/강동원 프리미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그 여파로 두번째 관람영화로 무엇을 택할지 좀 더 시간을 들여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군도를 보지 않은 나는 손예진/김남길의 해적과 연일 대서특필된 명량을 외면하고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포스터가 소개한, 네 작품 중 유일한 현대물인 해무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리고 몇일 전에는 왠만한 자의로는 평생 안 볼 것 같은 해적을 보았다. 그리고 바다로 간 산적을 보았다.


너무 뻔하리라 기대하여 피하고 외면했던 것을 어쩌다 경험하였는데 그 결과가 내 예상과 달랐다? 이 경우,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인상은 Plus Alpha로 증폭되는 것 같다. 이번처럼 별거 아닐 것 같은 놈이 대단한 넘으로 인식되어질 땐 말이다. 해적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손예진의 어설픈 억지 연기변신과 선덕여왕 사랑하던 비담 김남길의 한결같은 풍채가 진부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본 후, 내 감상평은 좀 달라졌다.


1) 영화 시작부터 강도있는 사건이 벌어져 (형제라 부르는 이를 갑자기 베어 버리는) 긴장감이 순식간에 상승되었다.


2) 언제부터 다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경영 (주로 악역으로)의 헤어 스타일과 그의 해적 두목으로서의 호탕함이 여해적 손예진의 중성적 캐릭터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던 것 같다. 물론, 손예진은 칼 잘 쓰며 거친 바다 사람의 어휘를 구사하였지만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지나 데이비스와 같은 무게감보다는 무예 좀 하는 조선시대 남장여자의 분위기로 나에게 더 다가왔다. 이 부분에서 자칫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해적씬 분위기를 이경영의 서슴없는 해적연기가 잘 보완해주었다 생각한다.


3) 김남길은 역시, 덕만까지 열 걸음 외치며 피튀기게 진지한 캐릭보다 넉살좋고 유머있는 약간은 날짐승 분위기 나는 인물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비담으로 익숙했기에 뻔한 캐릭터였지만 스님 박철민, 박쥐 유해진 등등의 주변 캐릭들과 조화롭게 설정되었던 것 같고, 꽁지머리와 콧수염, 그리고 조선시대 활동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다시 확인했다.


뻔하디 뻔한 유명배우가 출연한 그저 그런 영화인 줄 알았던 해적의 흥행요소들을 뽑자면 긴장감 넘친 영화 도입부, 강하고 약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의 조화, 조선건국에 필요한 국새를 고래가 삼켜 조정, 해적, 바다로 간 산적들이 서로 얼킨다는 스토리 설정, 어지러운 정세에도 올바른 뜻을 펴 나아가라는 긍정적인 메세지가 영화 결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2014년 8월, 한국 사회에 필요한 메세지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랜만에 여운 긴 영화를 보았다. 제프리 러쉬, 샤인의 피아니스트와 캐리비안의 블랙펄 선장은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나의 몰입감을 고조시켰고, 관객들은 그보다 더 유명하다는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감독을 기대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을 것이다.


'베스트 오퍼' 란 미술품 경매에서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제시가를 의미한다. 즉, 원하는 경매품을 얻기 위해 자신이 지불하려는 최고의 배팅액인데 영화에서 베스트 오퍼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주인공, 버질은 고아이며 자수성가한 미술품 감정가이자 경매 중개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의 신사이나 감성의 세계에서 그는 아직 글자도 못 깨우친 초딩이다. 그래서 늘 혼자이고, 집 안 깊숙히 숨겨놓은 고가의 초상화 속 여인들을 보며 와인 한잔과 밤을 보내는 남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자신보다 더 사회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묘령의 꽃다운 젊은 여인을 만난다. 십수년간 저택 안에서만 생활하고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에게, 그녀의 고립된 삶에 관심을 쏟는 주인공은 친구보다 멀고, 낯선이보다 가까운 주변의 지인들에게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상담한다. 물론, 자기 친구의 이야기라고 운을 띄며 말이다. 한편, 갑자기 화를 내고 잠시 후 사과하는 그녀, 조용히 사라졌다 나타나는 주인공의 애간장을 녹이는 밀당의 고수 그녀에게 버질은 드디어 사람을 향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러나 첫사랑에 성공한듯 보이는 버질에게 돌아온 것은 짧은 행복과 뒤이은 거짓, 거짓, 거짓. 첫째는 젊은 연애상담 미남 기계공으로 부터, 둘째는 미술품 수집 동업자로부터, 끝으로 사랑하는 그녀와의 관계조차 모두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가 궁금하다.


1) 프라하는 정말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일까?

2) 영화 말미 미술품들이 전시된 방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은 진실일까?

3) 레스토랑에서 경매에 내놓으려던 자신의 물품들을 안 팔고 그대로 간직하겠다는 그녀의 말을 그와 함꼐하고 싶다는 은유로 받아들여도 될까? (함께 있던 작당들의 놀라는 표정을 보아서는 적어도 그들의 계획에는 없었던 멘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생토록 진품과 위조품을 감별하던 주인공은 마침내 프라하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린다. 그녀의 모든 거짓연기 속에서도 일말의 진실이 섞여있었을 것이라 믿으며 베스트 오퍼를 던진 것이다. 상처입고 헐벗은 그 마음의 새로운 결심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겨있다. 창작자 자신을 알리려는..", 미술품 감별에서 성립된 그의 신념이 프라하에서 다시 한번 확증되기를 바라며.



 


 





 

 

 

 

[참조]

1) 베스트 오퍼, 오타쿠와 위조된 사랑: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101248&nid=3357507  

2)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 <베스트 오퍼>씨네21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5058



 

 

 

 

 

 

 

 

 

 

 

 

 

 

 

지난 주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친구들과 덕수궁을 다녀왔다. 경복궁 광화문을 등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을 지나 시청까지 걸으면 어느새 우측에 보이는 덕수궁, 그곳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회화전을 보기위해 먼걸음 온 것이다. 아니... 실은 관람 후, 꼭 갈것 만 같은 오향족발의 향기에 끌려 발을 띈 것이다.

 

관 안쪽으로 들어가 1층의 좌측 공간부터 들어갔다. 근현대회화전인 만큼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곳이 1관이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과 작품이 탄생된 시기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무의미한 시작을 의미로운 시간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 같다.

 

1945년 해방 (일제로부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남북의 공식적 국가분립)

1950~53년 6.25전쟁

 

전시회 곳곳에 설명된 시대배경과 작품설명을 따라가면 분명 전시회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더 지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천천히, 천천히 발을 옮기던 중, 몇가지 좋은 작품을 발견했다.

 

 

 

 

 

 

 

 

 

 

 

김환기, 산월 (Mountain and Moon), 1958

 

 

 

 

 

 

 

 

언제나 마음에 닿는 작품 하나 만나 집 돌아가는 길에 그림 한 점 떠오르면 만족감이 넘친다.

나에게는 김환기씨의 산월, 김기창씨의 아악의 리듬이 그런 작품이었다. (만화책 커버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느낌을 1967년에 표현했었다 생각하니, 전통적인 풍과 다른 그림을 그린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창, 아악의 리듬, 1967

 

 

 

 

 

 

 

 

 

 

 

 

 

 

 

 

궁금한 작품도 있었다.

장옥진의 가로수 중, 두,세번째 가로수 위에 보이는 정자, 집들은 왜 저기에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전시장 4관, 추상미술의 전개 편에서 보이던 '어머니의 마음'이란 작품은 함께간 친구들의 모든 상상력이 동원되도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이었다.

 

순서대로 전시관을 한바퀴 돌고나니 어느 덧 해가 저물었다. 오향족발을 향해 네이버 지도를 펴고 길을 떠났다.  먹을 생각을 하며 계속 걸었지만 푸른 밤, 산월은 계속 떠올랐다.

 

 

 

 

 

 

 

 

 

 

 

 

 

 

 

 

 

 

 

 

 

 

 

 

 

 

 

 

 

 

 

 

 

 

 

 

 

 

 

[스포일러]

남친없는 동생과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에 있던 샘소나이트 비즈니스 백팩의 환불요청을 동생에게 부탁한 대가로 토요일 점심과 영화표를 바쳤다. 내가 가진 카드로 대한극장의 어떤 할인 혜택도 받지 못한채.. 13년 12월 31일 개봉했다던 뜨끈뜨끈한 신규영화를 본 것이다.

 

먼저 영화제목,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보여지듯 이 영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관객의 기대를 의도적으로 빗나가게 할 계획이었다면 이 마케팅은 꽤나 성공한듯 보인다. 훈훈한 결말에 판타지가 아니었다고 투덜댈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즉, 영화제목이 말하는 것은 월터의 능력이 아닌 그의 삶에 대한 서술이다.

우선 윌터는 어렸을 적,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스케이트 보더로 또래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더불어 그의 아버지도 닭벼슬 옆, 밀려야될 털을 손수 밀어주셨다니 친밀한 관계였던 아버지의 죽음 후, 어린 월터의 삶의 정신적, 현실적 방향전환은 당연한 듯 보인다.

 

그로부터 20년, 스케이트 보드를 쥔 사진 속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 자신을 발견할 수 없는 윌터는 도무지 상상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한대 때려주고 싶은 상사의 멱살을 잡아 업어치기를 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섹시한 멘트를 날리는 것은 그의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다.

 

다시말해, 국어에서 상상이란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다 윌터의 상태에 맞게 교정하자면 윌터는 망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사진 에디터라는 직업을 16년 동안 꽤나 성실하게 지켜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속해있던 회사 잡지, 'Life'의 전설의 사진작가 숀에게도 꽤나 인정받는 동료라는 점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영화내내 숀, 한 사람 밖에 없지만.

 

아무튼 윌터는 그의 부하직원에게 인정받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명의 부하직원을 둔 팀장이다.

영화는 'Life'의 폐간을 앞두고 숀이 보낸, 그러나 발견되지 않은 마지막 잡지 커버사진을 찾는 과정을 그려간다. 그 속에서 월터는 원치 않았지만, 그린랜드, 아이스랜드, 히말라야 등을 숀의 뒤를 쫓아 한걸음 한걸음 걸어 간다. 딱, 그만큼 상상을 정지한채.

 

마침내 숀을 만난 윌터는 마지막 사진에 대한 행방을 묻고, 잠시 숀 곁에서 그의 작업현장을 엿보게 된다.

숨죽이며 기다렸던 유령표범이 나타난 최고의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는 숀의 손가락에 의구심을 던지며최고로 아름다운 순간엔 그냥 머무르고 싶다는.. 머무르고 싶어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는 숀이 윌터는 신선하기만 하다.

 

영화의 마지막, 결국 윌터는 숀의 마지막 사진을 찾아 책임감 있게 회사에 제출하고 예정대로 해고된다.

좋아하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다가가 이름을 부르는 월터, 상상대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윌터,

이제 더이상 상상은 현실을 지배하지 못한다. 다만 현실이 되었을 뿐.

 

신문 가판대에 전시된 'Life'의 마지막 커버사진을 보며 월터는 놀라는데... 16년간 전화로만 통화한 최고의 사진작가 숀이 자신의 어머니를 만났고, 자신의 사진을 찍어 'Life'의 마지막 커버사진으로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숀은 커버사진의 윌터를만에 찍게 된 걸까?

윌터는 아름다운 순간에는 셔터를 안 누르는 숀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 큰 고요한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

 

 

 

 

 

 

 

 

 

 

 

 

 

 

 

 

 

 

 

2013년 가을, 요즘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관광지가 어디일까 궁금하다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을 추천한다. 두브로브닉만 좋다고 해서 그 먼 걸음 띌 필요는 없을 듯 싶지만, 다행히 크로아티아의 지방곳곳은 우리의 여행욕을 만족시킬 풍부한 광경들이 가득하다. 보통, 크로아티아 지역을 여행한다면 자그레브- 플리트비체 - (트로기르) - 스플릿 - (흐바르) - 두브로브닉 - 코토르(몬테네그로) 정도의 순으로 여행 일정을 잡지 않을까 싶고, 시간과 여유가 되면 두브로브닉에 가기 전,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를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4박5일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여 첫 날, 불가리아 소피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그리고 수도 자그레브에서부터 비로서 진정한 크로아티아 여행을 시작했다.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여행지의 선택도 달라지고, 동일한 도시라 할지라도 받은 인상과 감상 포인트 등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참고할만한 팁을 간단히 적어본다.

 

 

Tip1. 플리트비체의 에메랄드 호수를 한 번 가는 일정이면, 오후에 시작하는 일정이라면 두개의 입구 중, 하류에 위치한 입구에서 (1번 출입구) 상류로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물론 다리가 아프다면 상류부터 시작하는게 더 좋을 듯 싶지만, 점차 진해지는 초록빛깔 호수를 더 즐길 수 있는 코스이고, 사진 찍기도 수월하다. 

 

Tip2.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닉을 가는 길이라면 꼭, 흐바르 섬을 다녀오시길 추천한다. 페리호를 통해 섬에 입성하여 그 후, 하루 8만원의 모터보트를 렌트하여 주변의 다른 섬들을 방문하면 왜 흐바르가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꼭, 누드비치가 있어서만은 아닐것이다.) 참, 숙소는 꼭, 흐바르 시내쪽으로 잡으시길.

 

Tip3. 두브로브닉으로 가는 해안도로의 풍경은 예술이니 꼭, 넉넉히 시간을 잡어 낮 시간을 통해 이동하면 눈이 호강하여 당황할 것이다.

 

 

이상이 내가 지나간 코스를 다시한번 갈 경우, 참고하고 싶은 부분이다.  (흐바르는 또 다시 가 하루 코스인 blue cave& green cave 투어를 받고 싶다.) 그리고, 두브로브닉에서 성곽걷기와 케이블카를 모두 즐길 수 없다면 도시 곧곧을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성곽걷기, 땀 좀 덜 흘리고, 전경을 감상하고, 이쁜 사진을 남기고 싶으신 분은 산 정상을 향하는 케이블카 타기를 추천한다. 또한 여행을 떠나기 전, 크로아티아에 대해 미리 알고 싶으신 분은 박용우씨가 출현한 '세상의 모든 여행'의 크로아티아편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4부의 제목은 '자연을 품은 맛, 크로아티아'인데 요리에는 특별한 관심히 없어 필자는 여행 전, 4부를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맛의 무대가 흐바르 섬인 걸 알자 두 눈이 동그래졌다. 흐바르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목에 등 돌리지 마시고, 꼭 보시길 바란다.

  

 

 

 

 

 

                       

 

 

 

 

 

 

 

 

 

 

 

 


 

 

 

 

 

 

불가리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불가~리~스로 유명한 요구르트? 불가리아는 유산균과 더불어 장미오일, 그리고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사계절절 유럽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중, 불가리아에서 꼭 가봐야하는 곳 랭킹 1위, 안 가볼 수 없는 곳,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이라 소문난 '일곱개의 호수'를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수도 소피아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을 운전하면 릴라사원이 위치한 릴라산맥의 일곱개의 호수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땅아래부터 하이킹을 할지 리프트로 30분을 올라가 해발 2000m에서 등산을 시작할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특별히 등산을 즐길 마음이 없다면 반나절에 일곱개의 호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한다. 하루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날씨를 모두 겪을 수 있는 코스이니 털이 많지 않다면 긴팔과 긴바지 착용이 좋을듯 싶고. 

 

약 2000m~2500m 고지의 만년설이 녹아 자리잡은 일곱개의 호수들, 한 개의 호수를 지나 30분을 걸으며 언제즘 나타날까 혹은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까 조금씩 숨이 차 의문을 품으면 그 다음 차례의 호수가 나타난다. (물론, 조금 더 빠르게 볼 수 있는 급경사의 지름길도 있다.)

 

첫번째, 두번째, ..... 여섯번째 호수에 이르면 비로서 감출 수 없는 탄성이 일어난다. 오코토라는 눈의 호수, 가장 높은 눈물의 호수보다도 더 아름다운, 더 파란빛을 띄는 흰눈 옆의 호수이다.

 

 

 

 

나는 97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방문인데 처음의 환상적인 푸른빛을 잊을 수 없다. 2010년에는 비가 와 빛 없는 눈의 호수를 보았고, 이번에도 비를 맞으며 빛 잃은 오코토를 보며 최정상을 향했으나 돌아 내려올 때 거짓말같이 빛이 내려 예전의 그 파란 물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빛이 비치면 만물은 새로워진다.

  

 

 

조금 아쉬운 것은 해마다 늘어나는 등산객으로 주변지대가 조금씩 오염이 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방문하시는 분의 얘기를 빌리자면 오코토의 특유의 빛도 해마다 약해지는 듯 보이니 불가리아인은 아니지만 이 사실에 조금 마음이 쓰렸다.

 

기분좋게 햇빛 비친 오코토를 보며 감탄하고, 사진찍고, 돌아돌아 주변을 둘러보며 리프트를 향했다. 소나무도 편백나무도 너무 높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못 펴 옆으로 뻗어 나갔고, 군데 군데 보이는 보라색의 라벤더도 연초록 대지에 색을 보탰다.

 

그리고 18시 30분의 막차를 타려 5시 반에 도착했건만, 늘어져 있는 줄은 도무지 줄어들질 않았다. 폭풍우가 쏟아지기까지.

 

비를 듬뿍 맞다 간신히 사륜구동의 짚차를 타고 산정상을 내려왔다. 배고프고, 춥고, 부스러진 초코파이의 마시멜로가 아쉬운 상황에 기적같은 쌍무지개가 눈앞을 비쳐왔다.

 

 

 

 

아마 이 무지개가 의미있는 까닭은 색감나게 찍힌 사진, 40분을 기다리다 못탄 리프트, 신발까지 젖게 한 폭풍우가 한차례 쏟아지고 난 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코토의 푸른빛을 못 볼뻔하다 봐서, 주말에 컴퓨터 앞 대신 일곱개의 호수를 향해 엉덩이를 움직여서, 끝으로 누군가가 같이 못간다고 해서 보고 싶던 오코토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게 이 무지개는 일곱가지의 아름다운 색깔 이상으로 내 마음에 그려졌다.

 

 

 

 

 

 

 

 

 


 

 

 

 

   

 

 

 

 

 

교복입은 레이저 뿜는 

한 무리떼의 눈빛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그들은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었고, 함께라 함은 적어도 세 명 이상,

두 편으로 쪼개져도 함께 있을 짝수로 구성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를 보면 무엇이 느껴질까.

 

나는 살짝 비딱하게 구도 잡은 포스터 속 인물들을 보며 청소년의 반항, 불량배에 대한 향수,

짱에 대한 동경심이 생각났고, 그것들은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타남으로 바람이라는 영화제목이

청소년기의 모든 것, 후까시를 표현한 위 포스터와 아주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의 영문제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WInd가 아닌 Wish였다.

 

영화는 한국남자의 청소년기의 감성을 잘 표현한 영화지만,

주인공은 왠지 포스터에서 보여지는 만큼 멋있는 혹은 있어 보이는 인물이 아니었다. (멋있는 놈은 따로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 예상과 다른 영문 제목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영화 바람이 공감 가는 이유는 주인공이 1%에 소속된 짱이 아니라,

그 짱을 갈망하는 다수의 감성을 대변하는 헛점 많은 일진이였기 때문이다.

 

그의 눈치, 말투, 행동들을 보면 정말 멋이 안 난다.

반에서 반 아이들에게 의자를 던져 조용하라고

먹이사슬의 상위계급에 속한 듯 액션을 취하지만

 

그들은 그가 라이온킹이 아니란걸 아는지

그의 분노의 외침보다 의자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더 주목한다.

나도 안타깝다.

 

그래도 다행히 

그는   성실하여 꾸준한 운동으로

점점 더 훌륭한 몸을 키워간다.

 

그치만

멋은 타고나나 보다.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면

어떤 학창시절을 꿈꾸는가.

 

이랬든 저랬든

좀 멋 좀 나면 좋겠다.

 

지금이래도

좀...

 

ㅋㅋ

 

 

 

 

 

                              

                        


 

 

 

 

토요일 오전,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룬 채 무료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트북을 켜 영화폴더를 뒤적였다. 내가 좋아하는 민희가 출연한 연애의 온도, 공감되는 영화제목이 인상적이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오늘 곰플레이어를 열어 감상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 유지태의 명대사와 언뜻 배치되게 들리는 연애의 온도, 그건 도대체 어떻게 측정될까. 

 

연애를 하며 상대방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적이 있기에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또한 같이 있어도 함께 없는 것 같은 남친의 태도에 대해 민희가 힘들어했을 그 마음 또한 충분히 공감갔다. 에버랜드를 가려고 한 날 비가 오면, 행선지를 바꿔 지붕있는 롯데월드를 가면 되지, 왜 우산쓰고 축축하게 굳이 계획했던 야외공원을 갔을까 싶었다. 그러나 의무감을 갖고 무언가를 지키려는 경직된 마음을 나 또한 가져본 적이 있기에 민기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었다. 특히 비오는 그날, 놀이공원 50% 할인쿠폰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표를 사기 아깝다는 듯, 민희에게 '어떡하지, 들어가?' 라며 눈빛 더해 묻는 장면은 정말 가관이었다. 

 

사실 난 극중 인물들 처럼 삼 년을 연애해본 적이 없어 그 권태감을 잘 모른다. 또한 해외근무가 가능한 은행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직장상사에게 막말한 적도, 폭행한 적도 없고, 그리고 대리가 되어 친한 선배와 후배가 있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공유할만한 맥락이 넓지 않았음에도 내가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감정에 공감했다면 연애에는 분명, 보편적인 온도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보지 않을 때 자연스레 측정되는 거 같다. 본인은 아니라 해도 다 티나지 않던가!

 

한편, 영화 초중반에 중간중간 등장하던 SBS '짝'의 개인 인터뷰 같던 씬들은 무거울 법한 스토리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 후반부에 그 정체를 드러낸다. 직장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더니 끝내 '그와 그녀의 인터뷰' 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나온 것이다. 물론, 그 영화의 출연으로 견우와 직녀가 만날 오작교는 준비되었다.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사귀어 잘 될 가능성은 3%,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보단 훨씬 높지만, 이건 로또 한 장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에 두렵고, 망설여진다.

 

마지막으로 유지태의 말을 정정하고 싶다.

연애든 사랑이든 온도가 있다. 그러나 짝사랑은 안 변할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영화관 강남역 CGV를 방문하여 주말에 예매 없이는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메가박스는 CGV와 상황이 좀 다름을, 그런데 왜 다른지는 알지 못한 채, 톰 형이 연기하신 오블리비언이라는 SF 액션영화를 보았다.

 

 

 

 

 

 

 

 

 

 

스토리는 관객들의 추리력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2시간 이상의 런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내 클론을 구분 짓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배제한 채, 내가 기억하는 것이 곧 '나'라며 내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준다.

 

물론, 정체성을 잃은 쏘울에 스팀팩을 맞고, 오늘을 마무리, 내일을 시작할 새 힘을 얻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추억, 기억, 감정을 가진 인물의 존재가 상상 속에서도 실현성을 확보받지 못한다면 영화가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를 한 것임은 틀림없다.

 

만약 52호와 47호? 가 서로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였다면 또는 47호가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때, 그를 그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생득적인 정의를 규정하였다면 엔딩 크레딧이 나타난 후, 스토리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였을 때의 공허감을 더 줄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야?

네 기억 속의 네가 너야.

근데 그 기억, 쟤도 가지고 있는데...

그럼 쟤도 너야.

내가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모른다면 나라 할 수 있?

 

오빌리비언은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는 흥미로웠던 영화이다. 그러나 곱씹을 수록 여운은 없다. 미련도 없다.

하지만 줄리아가 조셉 고든 레빗과는 어떤 관계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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