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만에 여운 긴 영화를 보았다. 제프리 러쉬, 샤인의 피아니스트와 캐리비안의 블랙펄 선장은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나의 몰입감을 고조시켰고, 관객들은 그보다 더 유명하다는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감독을 기대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을 것이다.


'베스트 오퍼' 란 미술품 경매에서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제시가를 의미한다. 즉, 원하는 경매품을 얻기 위해 자신이 지불하려는 최고의 배팅액인데 영화에서 베스트 오퍼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주인공, 버질은 고아이며 자수성가한 미술품 감정가이자 경매 중개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의 신사이나 감성의 세계에서 그는 아직 글자도 못 깨우친 초딩이다. 그래서 늘 혼자이고, 집 안 깊숙히 숨겨놓은 고가의 초상화 속 여인들을 보며 와인 한잔과 밤을 보내는 남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자신보다 더 사회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묘령의 꽃다운 젊은 여인을 만난다. 십수년간 저택 안에서만 생활하고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에게, 그녀의 고립된 삶에 관심을 쏟는 주인공은 친구보다 멀고, 낯선이보다 가까운 주변의 지인들에게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상담한다. 물론, 자기 친구의 이야기라고 운을 띄며 말이다. 한편, 갑자기 화를 내고 잠시 후 사과하는 그녀, 조용히 사라졌다 나타나는 주인공의 애간장을 녹이는 밀당의 고수 그녀에게 버질은 드디어 사람을 향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러나 첫사랑에 성공한듯 보이는 버질에게 돌아온 것은 짧은 행복과 뒤이은 거짓, 거짓, 거짓. 첫째는 젊은 연애상담 미남 기계공으로 부터, 둘째는 미술품 수집 동업자로부터, 끝으로 사랑하는 그녀와의 관계조차 모두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가 궁금하다.


1) 프라하는 정말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일까?

2) 영화 말미 미술품들이 전시된 방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은 진실일까?

3) 레스토랑에서 경매에 내놓으려던 자신의 물품들을 안 팔고 그대로 간직하겠다는 그녀의 말을 그와 함꼐하고 싶다는 은유로 받아들여도 될까? (함께 있던 작당들의 놀라는 표정을 보아서는 적어도 그들의 계획에는 없었던 멘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생토록 진품과 위조품을 감별하던 주인공은 마침내 프라하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린다. 그녀의 모든 거짓연기 속에서도 일말의 진실이 섞여있었을 것이라 믿으며 베스트 오퍼를 던진 것이다. 상처입고 헐벗은 그 마음의 새로운 결심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겨있다. 창작자 자신을 알리려는..", 미술품 감별에서 성립된 그의 신념이 프라하에서 다시 한번 확증되기를 바라며.



 


 





 

 

 

 

[참조]

1) 베스트 오퍼, 오타쿠와 위조된 사랑: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101248&nid=3357507  

2)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 <베스트 오퍼>씨네21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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