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충무로에는 여러 기대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여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군도, 해적, 명량, 해무 그러고 보니 모두 두 음절로 이루어진 이 국산 영화들 중, 먼저 출발한 군도를 감상한 친구들은 하정우/강동원 프리미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그 여파로 두번째 관람영화로 무엇을 택할지 좀 더 시간을 들여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군도를 보지 않은 나는 손예진/김남길의 해적과 연일 대서특필된 명량을 외면하고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포스터가 소개한, 네 작품 중 유일한 현대물인 해무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리고 몇일 전에는 왠만한 자의로는 평생 안 볼 것 같은 해적을 보았다. 그리고 바다로 간 산적을 보았다.
너무 뻔하리라 기대하여 피하고 외면했던 것을 어쩌다 경험하였는데 그 결과가 내 예상과 달랐다? 이 경우,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인상은 Plus Alpha로 증폭되는 것 같다. 이번처럼 별거 아닐 것 같은 놈이 대단한 넘으로 인식되어질 땐 말이다. 해적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손예진의 어설픈 억지 연기변신과 선덕여왕 사랑하던 비담 김남길의 한결같은 풍채가 진부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본 후, 내 감상평은 좀 달라졌다.
1) 영화 시작부터 강도있는 사건이 벌어져 (형제라 부르는 이를 갑자기 베어 버리는) 긴장감이 순식간에 상승되었다.
2) 언제부터 다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경영 (주로 악역으로)의 헤어 스타일과 그의 해적 두목으로서의 호탕함이 여해적 손예진의 중성적 캐릭터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던 것 같다. 물론, 손예진은 칼 잘 쓰며 거친 바다 사람의 어휘를 구사하였지만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지나 데이비스와 같은 무게감보다는 무예 좀 하는 조선시대 남장여자의 분위기로 나에게 더 다가왔다. 이 부분에서 자칫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해적씬 분위기를 이경영의 서슴없는 해적연기가 잘 보완해주었다 생각한다.
3) 김남길은 역시, 덕만까지 열 걸음 외치며 피튀기게 진지한 캐릭보다 넉살좋고 유머있는 약간은 날짐승 분위기 나는 인물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비담으로 익숙했기에 뻔한 캐릭터였지만 스님 박철민, 박쥐 유해진 등등의 주변 캐릭들과 조화롭게 설정되었던 것 같고, 꽁지머리와 콧수염, 그리고 조선시대 활동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다시 확인했다.
뻔하디 뻔한 유명배우가 출연한 그저 그런 영화인 줄 알았던 해적의 흥행요소들을 뽑자면 긴장감 넘친 영화 도입부, 강하고 약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의 조화, 조선건국에 필요한 국새를 고래가 삼켜 조정, 해적, 바다로 간 산적들이 서로 얼킨다는 스토리 설정, 어지러운 정세에도 올바른 뜻을 펴 나아가라는 긍정적인 메세지가 영화 결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2014년 8월, 한국 사회에 필요한 메세지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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